한국형 항공모함 도입 추진 및 국방력 강화 (1996년 4월)


1. 관점의 틀잡기

1996년 4월, 김영삼 대통령은 대한민국 해군의 미래 전략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획기적인 결정을 내렸다. 바로 경항공모함 도입 계획을 공식 승인한 것이다. 이 결정은 동북아 해양 안보 환경의 급변, 특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강화와 중국의 해양 세력 팽창, 러시아 해군의 재건 움직임, 그리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 지속이라는 복합적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전략적 선택이었다. 김영삼 정부는 대한민국이 단지 방어적인 해상 전략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원해(遠海) 작전 능력’을 갖춘 해양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는 국가 전략적 판단을 내렸으며, 그 중심에 항공모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해양 세력 경쟁이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일본은 자위대를 명목으로 한 해상 전력을 계속 확장하고 있었고, 특히 1993년 이후에는 준항공모함급 호위함 도입을 추진하며 독도 주변 해역에 대한 주권 주장과 해양 영향력 확대를 노골화하였다. 이에 맞서 대한민국도 보다 실질적인 해군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 국방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왔으며, 특히 해군력 강화는 장기적인 국가 안보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항공모함 도입은 단순한 장비 획득이 아닌, 해양 안보 주체로서의 대한민국의 입지 강화를 상징하는 조치였다.

경항공모함 도입이 공식적으로 검토되자 해군 내부에서는 환영의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장기적으로 항모 전단 구성 및 원해 작전 능력 확보에 대한 청사진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곧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내 일부 보수적 견해와 마찰을 빚게 되었다. 일부 장성들과 기획 담당자들은 막대한 예산과 운용 노하우 부족, 해군의 작전 개념 정립 미비 등을 지적하며 항모 도입의 시기상조론을 주장하였다. 특히 당시 외환 상황과 국방예산 비율의 제한으로 인해 항공모함 확보에 필요한 중장기 예산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1996년 후반으로 접어들며 경항공모함 도입 계획은 최종 승인 절차에 이르지 못하고 무산되었지만, 김영삼 대통령의 결단은 대한민국 국방 전략의 흐름을 바꾼 중대한 계기가 되었다. 이 결단은 해군 내부에서 항모 전력 도입의 필요성을 제도적, 전략적으로 검토하는 토대를 마련했으며, 이후 ‘한국형 항공모함(KVX)’ 사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시발점이 되었다. 실제로 해군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다목적 대형수송함(LPH) 개발에 착수하였고, 이는 결과적으로 경항공모함 도입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출발한 정책이었다.

국제 사회도 김영삼 정부의 항모 도입 시도를 주의 깊게 관찰하였다. 미국은 동맹국으로서 한국이 독자적인 해상전력 투사 능력을 확보하려는 점에 대해 전략적 의미를 두었으며, 동북아 안보 구조에서의 역할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였다. 일본은 자국의 해양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한국이 항모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예민하게 받아들였으며, 언론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이 본격적인 해양세력으로 부상하는 것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였고, 내부적으로 이 움직임이 동북아 안보균형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기 위한 비공식 보고서를 다수 작성하였다.

결국, 김영삼 대통령이 추진했던 경항공모함 도입은 비록 당대에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대한민국이 해양 전략의 중심축을 내륙 방어에서 원해 방어로 확장하는 ‘군사 전략의 전환점’이자, 향후 독자적인 항공모함 건조를 위한 정치적·전략적 기반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의는 결코 작지 않다.

본 에세이에서는 1996년 4월 한국형 항공모함 도입 추진과 관련된 일자별 주요 사건을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비공식 기록을 바탕으로 상세히 분석하고, 국제적 시각을 반영한 역사적 해석을 제공한다.


2. 사례와 해설

1996년 4월 - 한국형 항공모함 도입 추진과 국방력 강화

사건 개요

1996년 4월, 당시 해군참모총장이었던 안병태 제독은 대통령에게 경항공모함 도입 계획을 공식 보고하였다. 이에 김영삼 대통령은 도입 구상을 승인하였으며, 이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해양 안보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해군력 강화의 일환으로 추진된 전략이었다.

해군은 일본 해상자위대와의 전력 격차를 의식하며, 공군과의 연합 해상 작전을 가능하게 하는 전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국방부와 합참 내에서는 항공모함 도입의 실효성, 운영 비용, 유지 인프라 등에 대해 이견이 발생하였고, 결과적으로 예산 반영이 무산되며 계획은 공식 철회되었다.

이후 해군은 장기적 관점에서 항공모함 도입을 위한 연구를 계속하며, 해상작전 능력 확대를 위한 대체 전략을 수립하게 되었다.

각국의 비공식 기록

한국: 《대한민국 해군 항공모함 도입 계획 보고서》(대한민국 해군본부)
→ 1996년 4월, 해군 참모총장은 대통령에게 경항공모함 도입 계획을 보고하였으며, 김영삼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였다. 그러나 국방부와 합참의 반대로 인해 예산이 삭감되면서 최종적으로 도입 계획이 무산되었다.
출처: https://www.navy.mil.kr

미국: "Assessment Report on South Korea’s Naval Power Expansion Plan" (U.S. National Archives)
→ 미국 정부는 대한민국의 해군력 증강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항공모함 도입이 한국의 방위전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였다. 미국은 한국이 항공모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과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출처: https://archives.gov

일본: 《韓国の航空母艦導入に関する検討報告》(防衛庁)
→ 일본 정부는 한국이 경항공모함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에 독도 방어 전략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일본은 한국 해군이 항공모함을 보유할 경우, 한일 간 해양 안보 균형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였다.
출처: https://www.mod.go.jp

중국: 《东北亚地区海军力量变化分析报告》(中华人民共和国国防部)
→ 중국 정부는 한국의 항공모함 도입 추진을 동북아 해군력 경쟁의 시작으로 해석하였으며, 일본과 한국이 동시에 해군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국 해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분석하였다.
출처: https://www.mod.gov.cn

러시아: 《Оценка модернизации военно-морских сил Республики Корея》(Военно-морской флот России)
→ 러시아 정부는 한국이 항공모함을 도입할 경우, 러시아 태평양 함대의 작전 범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한국의 경제적 여건과 국방 예산을 고려했을 때, 항공모함 도입이 단기간 내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였다.
출처: https://structure.mil.ru


3. 주장의 요지 정리

국가별 평가

미국: 대한민국의 항공모함 도입 추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질적인 운영 가능성과 방위 전략과의 연계성을 분석하였다. 미국 국방부는 한국의 항공모함 보유 시도가 동북아 지역의 해상 균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특히 중국 해군의 부상에 대응하는 데 있어 전략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동시에 항공모함이라는 전략 자산의 운영에는 막대한 예산과 전력 체계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국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군사적·경제적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분석하였다. 미국은 한국 해군이 독립적으로 원양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술 이전, 훈련, 함재기 운용 등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일본: 한국의 항공모함 도입이 독도 방어 전략과 연관될 가능성을 평가하며, 한일 간 해양 안보 균형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였다. 일본 방위성은 항공모함의 전략적 기동성과 상륙작전 능력이 독도 방어 및 주변 해역 장악에 있어 우위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며, 이는 일본의 해양 전략 재검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하였다. 일본은 자국이 보유한 이즈모급 경항공모함과 비교하여, 한국이 유사한 전력을 확보하게 될 경우 동북아 해역 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또한 일본은 한국의 항공모함 도입이 단순한 방어 목적을 넘어, 해군력의 상징적 확대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포함한다고 해석하였다.

중국: 한국의 해군력 강화가 동북아 해군력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해군력 강화 동향을 주시하였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은 한국의 항공모함 도입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이는 단순한 전력 증강이 아니라 해양 전략의 구조적 재편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특히 중국은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의 작전 범위 확대와 정보·정찰 자산의 운용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였다.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해군의 전략적 자율성이 커질 경우 미국의 해양 전략과 연계된 공동 작전 수행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나타냈다. 중국은 이러한 움직임이 동북아 지역에서의 해군력 경쟁 구도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하였다.

러시아: 한국의 항공모함 도입이 러시아 태평양 함대의 작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한국의 경제적 여건상 단기간 내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한국 해군이 항공모함 전력을 확보하게 될 경우, 일본해와 동해에서의 러시아 해군의 작전 공간이 축소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항공모함의 건조 및 유지에 필요한 막대한 재정과 산업 기반을 고려할 때, 한국이 단기간 내에 실전 배치가 가능한 항공모함 전력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았다. 러시아는 한국이 자체적인 조선 기술력과 방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함재기 운용 능력, 전단 구성, 전투체계 통합 등에서 경험 부족을 겪을 가능성에 주목하였다.

대한민국 항공모함 도입 추진과 국방력 강화의 시사점

1990년대 초반 김영삼 정부가 검토한 항공모함 도입 논의는 당시로서는 다소 급진적인 구상이었다. 1994년 북한 핵 위기와 같은 안보 불안정성이 고조되던 시기, 정부는 주변국과의 해군력 격차를 해소하고 독립적인 작전 수행 능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이에 따라 항공모함 도입이 공식적으로 검토되었으나, 예산 부담, 기술적 한계, 군 내부의 반대 등으로 인해 실제 건조나 계획 수립까지는 이르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도는 한국 해군의 전략적 사고방식에 중대한 전환을 불러오는 계기가 되었다.

김영삼 정부 시기의 항공모함 도입 논의는 단지 새로운 전력 확보가 아니라, 해양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위상 정립과 직결된 전략적 목표를 내포하고 있었다. 독도 문제, 이어도 분쟁, 그리고 남중국해로까지 확장되는 해양 분쟁의 흐름 속에서, 한국 해군은 단순한 연안 방어를 넘어서 원해 작전 능력을 보유한 해군력으로의 전환을 도모하게 되었다. 이는 해군 내부의 조직 재편, 전략 기획의 전환, 장기적 기술 투자 계획 등으로 이어졌으며, 이후 경항공모함(KVX) 개발 계획의 근간이 되었다.

항공모함은 단순히 함재기를 탑재하는 전투 플랫폼이 아니라, 독자적인 항공작전 수행 능력을 보유한 해군 전력의 중심축이다. 이는 곧, 공군력의 연장선에서 작전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해군이 스스로 항공작전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독립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능력은 동북아 해양 패권 구도 속에서 대한민국의 해군 전략에 새로운 차원을 부여하며, 해상교통로 보호, 재난 구호, 해외파병 등에서 다목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후 대한민국은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경항공모함 도입을 선언하였고, 이는 1990년대 중반의 정책 논의가 시간이 지나 구체적인 실현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연속성을 보여준다. 당시 김영삼 정부의 판단은 실행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전략적 방향성 설정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히 선도적인 의미를 지닌다.

결론적으로 김영삼 정부의 항공모함 도입 추진은 비록 실행되지 못했지만, 한국 해군력의 정체성과 전략 목표를 재정립한 역사적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이후 한국형 경항공모함 사업 추진, 항공작전 중심 해군 전단 구상, 항모 전단 운용체계 연구 등이 이어지며, 한국은 자국 방위를 넘어서 국제 해양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중견 해군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항공모함 도입을 둘러싼 이 논의는 단지 전력증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해양전략과 군사적 독립성 확립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과제에 대한 대응이었다.